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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마이 보이스 (커버이미지)
헬로 마이 보이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데라치 하루나 지음, 박우주 옮김 
  • 출판사달로와 
  • 출판일2023-05-26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나는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말함으로써
미온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이야기


★★★ 독서미터 선정 ‘읽고 싶은 책 1위’ ★★★

“당신 마음의 목소리는 제대로 닿았는가?”
몰이해의 시선을 꿰뚫는 단 한 편의 소설


“나는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씀으로써.” 35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데라치 하루나는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무엇을 어떻게 되찾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지 몰라도, 타인과의 무수한 관계 속에서 점점 잊어가고 잃어가는 것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데라치 하루나의 『헬로 마이 보이스』는 오랫동안 자기 안에서 반복되어 온 내면의 목소리를 비춘다. 돌봄센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쩐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인 키와의 눈앞에 이미 일어났어야 했을 일들을 재조명하는 느낌이다. 괴로워 잊고자 했으나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나의 잃어버린 목소리는 무엇일까.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 이 소설은 아득한 도착의 지점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 이용료를 내지 않은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는 돌봄센터

역 앞 가나토(鐘音)빌딩 2층에 ‘애프터스쿨 가네(鐘)’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목요일 정오였다.
- 본문 중에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인 키와는 어느 날 동네에 돌봄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센터의 이름은 ‘애프터스쿨 가네’로, 대대로 의사직을 물려받았던 가나토 집안의 둘째 아들이 운영을 맡았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 돌봄센터 설립을 선택한 둘째 아들 ‘가나메’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괴짜라고 일컫는다. 얼마 후 소문의 중심에 있던 ‘애프터스쿨 가네’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고, 키와는 우연처럼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어쩐지 이곳은 이상하다. 이용료를 내지 않은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단다. 센터장 가나메에게 그래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자 들려오는 답변은 “뭐,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많아야 더 재밌잖아요.”라는 말뿐이다. 어쨌든 키와는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어려운 숙제를 함께 고민해주고, 같이 간식을 만든다. 부모가 제대로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아 유독 눈에 밟히는 아이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껏 마음을 죽이고 살았던 키와는, 점점 자신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할 수 있는 일도 있음을 깨닫는다.

▣ 어디까지 말할 수 있으며, 어디부터 말할 수 없을까

몇 년 전 ‘모든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란 말을 보았을 때 느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 지긋지긋한 기분. 공부며 일이며, 결혼과 출산과 육아와 가사와 그 외 기타 등등. 이것저것 죄다 짊어진 것도 모자라 ‘활약’까지 목표해야 하나 싶어 망연자실했었다.
“대단해, 대단해, 치켜세우면서 여자한테 뭐든 다 짊어지우려는 느낌이야.”
- 본문 중에서

키와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밥을 차리고 빨래를 널고 아들의 등하교를 챙긴다. 학부모들과의 인맥 관리도 놓칠 수 없다. 다른 사람 눈에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로 비쳐지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일을 쉬면 살림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일, 가정, 육아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키와는 입을 꾹 다문다.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하지만 돌봄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여성은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보상받을 수도 없다. 이 소설은 노력이나 수고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의 현실을 그리는 동시에, 그 인물 역시 생각해보지 못했던 타인의 삶을 비추는 데 앞장선다. ADHD인 아이를 기르는 쓰츠미 씨 부부, 이혼 후 아버지와 둘이 살게 된 유키노,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군림하지만 결국 소설의 끝자락에서 예상치 못한 종국을 맞게 되는 오카노 씨까지.
이해라는 선 안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또 어디부터 말할 수 없을까. 『헬로 마이 보이스』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유기적으로 엮여 인물이 어느 한 지점에서 감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따라서 답답해하고 막막해하는 과정 자체에서 독자들은 이 소설이 줄 수 있는 유일한 진실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셈이다.

▣ 비로소 용기의 목소리가 모일 때 ‘돌봄’은 완성된다

4월이 되면 ‘애프터스쿨 가네’는 1주년을 맞는다.
얼마나 가겠느냐며 심술궂은 소문이 나돈 ‘애프터스쿨 가네’가, 되도록 오래오래 존재하기를. 새해 첫 참배 때 키와는 그렇게 빌었다. 험담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심도 있지만 그런 마음뿐이지는 않다.
집도 학교도 아닌 장소, 아이들과 관계된 어른은 많은 편이 좋다. 사람 수가 아닌 사람의 종류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깨달을 수 있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적어도 키와는 하루키가 그 사실을 알았으면 했다. 그리고 그건 키와 혼자서 가르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본문 중에서

결국 이 소설은 두 가지를 제공한다. 첫째는 자기 목소리를 실재의 형체로 만드는 용기. 둘째는 타인에게도 목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이 있음을 헤아리게 하는 이해의 상상력. 내가 가진 용기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목소리를 낼 때 이 세계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돌봄센터 ‘애프터스쿨 가네’가 오래 존재하기를 비는 키와의 기도 역시 아이와 어른 모두를 향한다.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며, 그렇게 될 수 있게 어른은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키와는 그러한 유토피아의 실현을 위해서는 어른 역시 ‘내가 나인 채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그녀의 희망은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가 조금 더 다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렴된다.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던 키와가 ‘애프터스쿨 가네’를 통해 변화했듯이, 비로소 용기의 목소리가 모일 때 내 자신을 향한 돌봄과 남을 향한 돌봄은 합일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돌봄’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헬로 마이 보이스』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로 남아 이 모든 것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당신 내면의 안녕을 살피는 세심한 책의 목소리다.

저자소개

1977년 사가 현에서 태어나 현재 오사카에 거주 중이다. 회사 생활과 주부 생활을 병행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명으로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 이 제29회·제30회 다자이 오사무상, 제10회 일본 러브스토리&엔터테인먼트 대상 후보에 올랐고 2014년 『비올레타』로 제4회 포플러사 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저서로는 『같이 걸어도 나 혼자』, 『오늘의 벌꿀, 내일의 나』, 『어른은 울지 않는 줄 알았다』, 『희망의 행방』, 『물을 수놓다』 등이 있다. 여성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목차

딸기

멜론 소다

마블 초콜릿

웨하스

토마토와 사과

박하

한줄 서평